아리랑 컬처 커넥트 | 런던

이 막대기들은 스코틀랜드 국경 지역에서 양치기들이 양을 몰기 위해 사용하도록 조각된 것이며, 이 지역은 또한 양몰이를 위해 길러진 유명한 보더 콜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가 전국의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CH) 국가 인벤토리 등재를 위한 공모를 공식 개시했다. 이번 조치는 살아 있는 문화 전통을 기록하고 보호하기 위한 문화유산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이니셔티브를 통해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4개 구성국별 무형문화유산 인벤토리를 각각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영국 차원의 통합 무형문화유산 목록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국가 단위의 정책 틀 속에서도 지역 고유의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을 존중하려는 구조로 해석된다.

새롭게 개설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지역공동체, 문화단체, 전통 실연자들은 자신들이 계승·실천해 온 관습, 지식 체계, 기술, 표현 양식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직접 제안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지역사회의 동의와 참여를 핵심 원칙으로 삼아, 문화유산의 정의와 서술 권한을 제도나 전문가가 아닌 문화 실천의 당사자들에게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청 접수는 현재 진행 중이며, 마감일은 2025년 3월 27일이다. 접수 기간 동안에는 무형문화유산 인벤토리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워크숍 및 참여형 프로그램이 병행 운영되어, 각 공동체가 자신들의 문화 실천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기록할 것인지 성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영국의 전통무용 모리스(Morris)에서, 새들워스 러시카트(Saddleworth Rushcart)에 처음으로 참여한 여성 무용수들


이번 인벤토리 구축은 영국 문화유산 정책 전반에서 강조되고 있는 포용적·상향식(bottom-up)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제도 중심의 분류 체계를 넘어 공동체 중심의 문화유산 인식을 채택함으로써, 영국 전역의 일상 속에서 지속되어 온 다양한 문화 전통을 폭넓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단계에서는 제도 홍보와 참여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실제 접수된 사례들의 범위와 특성, 그리고 향후 문화정책적 함의에 대해서는 공모 종료 이후 보다 구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무형문화유산 국가 인벤토리가 향후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핵심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지역 기반 문화 실천의 가시성과 사회적 인식 제고, 나아가 공동체 정체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고자: 조앤 오어(Joanne Orr)

조앤 오어(Joanne Orr)


조앤 오어는 현재 글로벌 문화기업 컬처마스터즈(Culture Masters) 및 전통문화예술인협회(Advocacy Alliance for Culture Masters)의 국제이사회(IAB)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30년 이상 문화유산 정책과 실천 분야에서 활동해 온 국제적 무형문화유산(ICH) 전문가로, 영국 내 무형문화유산 논의를 제도적·정책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과거 뮤지엄즈 갤러리스 스코틀랜드(Museums Galleries Scotland, MGS)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영국 사회 전반의 무형문화유산 인식 제고를 주도했으며, MGS를 유네스코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따른 영국 최초의 공인 NGO로 등록시키는 성과를 이끌었다.

또한 그는 ICH NGO 포럼, 유네스코 스코틀랜드 위원회,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문화유산보호기금(Cultural Protection Fund) 등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국제 문화유산 거버넌스와 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왔다. 저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실연자의 관점(Practitioner Perspectives on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은 공동체 기반 무형문화유산 보호 전략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참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본지는 동 공모사업의 진행 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