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력을 다시 쓰고 있다.
기계는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며,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낸다.
인공지능이 빚어내는 새로운 세계는 놀랍고도 낯설다.
그러나 이 눈부신 속도 속에서 우리는 문득 묻게 된다.
우리의 전통, 그 느린 손끝의 기억은 이 변화의 시대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전통은 단지 과거의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인간이 세대를 거쳐 축적해온 감각과 지혜, 그리고 삶의 방식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전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해도 사람은 여전히 무언가를 전하고자 한다.
그 마음이 있는 한, 전통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의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 간다.

메블레비 세마의식 공연

오늘날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은 전통문화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는 사라져가는 방언을 복원하고, 잊힌 노래를 재현하며, 고대의 의식과 무용을 데이터 속에 되살린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양과 리듬을 찾아내고,
디지털 플랫폼은 장인과 제자가 시공간을 넘어 만날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은 공동체 예술의 권리를 보호하며,
기술은 이제 ‘기억을 보존하는 도구’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영상촬영 및 증강현실

하지만 그 동반자는 때로 낯선 위협이 되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진정성보다 효율을, 의미보다 조회수를 우선할 때, 문화의 다양성은 단일한 이미지로 평면화된다.
AI가 생성한 예술과 모방된 전통은 진짜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경험적 깊이를 흐릿하게 만든다.
지역의 삶과 감정으로 다져진 전통이, 데이터가 선호하는 미적 표준으로 대체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비판 없는 디지털화는 결국 ‘보이는 유산’은 남기되, ‘느껴지는 유산’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한국의 문화전문기업 컬처마스터즈(Culture Masters)가 추진 중인 ichmasters 프로젝트가 주목받는다.
이 사업이 현재 완성된 모습을 갖추고 있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지능(HI)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전승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긴 여정의 출발점에 있다. UNESCO의 윤리원칙을 바탕으로 전통지식 보유자의 정체성을 인증하고, AI 번역과 음성인식으로 언어의 장벽을 낮추며,
공동체 중심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기획과 실험의 단계에서 다양한 학계·예술계·국제 후원자와의 연대를 넓혀가고 있으며, ‘살아있는 유산의 지능화’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문화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공동체의 지혜를 증폭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공동체의 동의와 참여, 데이터 주권과 문화권리의 존중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디지털화는 또 다른 소외를 낳을 뿐이다.
기계의 효율은 인간의 온기를 대신할 수 없다.
기술은 빠르지만, 전통은 깊이 흐르고 있다.
그 깊이가 사라지는 순간, 인간의 문화도 함께 얕아질 것이다.

AGI 시대의 전통은 소멸이 아니라 도전의 과정이다.
기술의 진보는 전통을 시험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새롭게 꽃피울 가능성의 문을 연다.
모든 변화 속에는 위기와 함께 가능성이 숨어 있고, 그 가능성의 씨앗이 바로 희망이다. 전통은 그 희망의 언어이며, 인간이 과거로부터 미래를 빚어내는 방식이다.

기술이 문명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오늘,
우리는 전통의 나침반을 다시 인간을 향하도록—
손끝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지혜로—그 나침반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비로소 지능은 인간을 닮고, 문화는 미래를 비출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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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박사는 문화를 통해 리더십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문화사상가이다. 수십 년간 국제 문화정책과 협력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는 유산·창의성·윤리를 인류 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핵심 가치로 제시한다. 그의 사유는 문화의 지혜가 인간이 미래를 구성해가는 가장 깊은 정신적 원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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