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 컬처 커넥트 : 사설]




오늘날 세계는 다시 야만의 질서로 미끄러지고 있다. 국제 규범과 협력의 언어는 힘과 강압, 제국적 충동에 밀려나고 있으며, 이는 인류가 어렵게 쌓아온 문명적 성취의 퇴행을 의미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퇴행의 대표적 사례다.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과 대규모 난민 발생,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는 힘의 정치가 얼마나 빠르게 국제질서를 붕괴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둘러싸고 제기된 대통령 신변 관련 논란과 강압·납치 의혹 역시,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을 떠나 정치적 폭력과 초법적 행위가 국제사회에서 다시 용인되는 듯한 위험한 징후를 드러낸다. 이는 주권과 법,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방중 기간 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벽란도 정신은 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벽란도는 지배와 정복의 공간이 아니라 교류와 순환의 관문이었다. 강과 바다는 문명을 연결했고, 공존은 힘보다 강력한 질서였다. 벽란도 정신은 오늘날 다시 고개를 드는 제국주의적 사고에 맞서는 문명적 선택지다.

수십 년간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사해동포주의, 즉 인류 공동 운명에 대한 인식을 제도와 규범으로 발전시켜 왔다. 더 나아가 전쟁 억제를 넘어 교육·문화·교류를 통해 평화의 문화를 확산시켜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벽란도 정신은 바로 이 평화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공포와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 공동 관리가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인식이다.

야만의 세계로의 추락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국가들이 이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동시에 국가는 물론 시민과 지성인들 역시 폭력의 정상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과 연대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함께 이끌어야 한다.

아리랑 컬처 커넥트는 오늘의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 와 있음을 느낀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분명하다.


제국의 야생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사해동포주의와 벽란도 정신이 상징하는 평화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